영화♡음악
'영화광' 비난 유감 글 : 이헌익 (전 중앙일보 편집위원)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불치의 버릇 하나를 어쩌지 못한다. 술이라도 한잔 곁들여 영화와 관련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어느새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고정 레퍼토리 때문이다. 나는 영화 이야기에 신이 나서 그러지만 어떤 땐 상대방이 “아니, 이 친구가 나를 떠보나” 하며 오해하기도 한다.
“알았다, 알았어, 이 사람아. 「황야의 7인」으로 시작했으니 그걸로 끝내야 되지 않겠나. 아까 악당 중에 아서 케네디가 있었잖냐. 케네디 하면 배우 중에는 그래도 조지 케네디 아니냐. 이 친구가 제임스 위트모어란 배우하고 똑같은 소재로 만들었는데, 하기야 원작이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이기는 하지만완전히 폭력영화라 김샜다는 거 아니냐. 어 이 사람 진짜 가네.율 브린너의 「황야의 7인」 2편도 있고 아직 「와일드 번치」에 「옛날 옛적 서부에서」부터 몽고메리 우드, 페르난도 산초, 프랑코 네로, 테렌스 힐 같은 싸구려까지 엄청나게 많은데. 이거 큰일났네.” “그런 게 큰일이라고 그러니 자네가 실속이 없지.그런 껍데기만 잔뜩 알고 있으면 뭐하나.계속하려면 혼자 벽을 상대로 해라.” “나 참 이 사람. 그러니까 취미 아닌가. 진짜 취미란 시시콜콜한 걸 누가 더 알고 있느냐 하는 유희 아닌가. 오늘이야 서부영화에 빗대어 취미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 거고, 그러지말고 저기 포장마차 가서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눠 보자고.휘적휘적 걷는 모습이... 꼭 헨리 폰다같은 친구야.” 관훈저널 2000년 여름 통권75호(제40권 제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