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저 일을 하고 난 뒤 보리밥 한덩어리에 쪼각김치(깍두기) 한사발,
막걸리 한 잔하고 나면
그대로 녹초가 되어 버렸던 아련한 아픈 추억의 시절들이여!!
동네 물방앗간에서도 보리를 찧었다. 절절함이여...
구곡간장 애 끈어지는 단장의 고통을
그대는 아시나요,
정녕 이해하시나요?
세상이 뒤집어 지고 끝난다는
소멸의 날이 눈 앞에 있다해도
그대는
소멸을 이해하고 넘어 갈 수 있을련지요.
아마도 아마도 ...불 가 한 일이지요.
한 세상 그리그리 그런데로 세상 살자고요.
잠시잠깐의 고통이야
시간의 강물을 따라 나서는 무심이지요.
이내 잊혀지는걸 무어 그리 애통해야 하나요.
다....부질없는 일이군요.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란게 늘 같은 파람이고
눈을 내려 땅을 보면
사시사철 철철이 넘쳐나는 생명의 변화로
늘 가득한 아름다움이지요.
▲ 한번 삶은 꽁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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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보리밥의 추억
어느날 안동의 시골길 길목에 뉘 집 굴뚝 연기 피어나는 한적한 한옥 한 채 눈에 밟힙니다.
문득 저는 타이머신을 타고 30년 전 산골마을 흙벽 집으로 가는 환상에 젖어들었습니다.
30년전 한여름 초등학교 7교시가 끝나 집에 오는데
너무나 배가 고파 매동댁 밭에 심어진 고구마를 케~ 바지에 쓱싹 문질러 먹으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저는 급히 부엌으로 갔지요.
항상 그렇듯이 부엌 구석지 그 자리에 걸려있는 밥 소쿠리에 꽁보리밥이 매달려 있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쉴까봐 또는 개미때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소쿠리를 줄에 매어 걸어놓았지요.
동생들이 학교에서 빨리 올까봐
커다란 양판에 꽁보리밥을 담고 된장을 듬뿍 퍼서 싸리문밖 고추밭으로 가서 고추꺽어 문턱 앞 시냇가로 갔지요.
혼자서 얼마나 배고픔을 달랬던지 하늘도 환히 열리며 이내 배는 불뚝 올챙이가 되었답니다.
먹을 것 없던 그 시절에는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먹고 나니 동생들도 학교에서 돌아와 나처럼 전개 천정마루만 처다 보며 배가고파 울먹거립니다.
나는 태연히 송아지 앞세워 꼴망태 매고 소꼴을 배러 나갔지요.
배가고파 하늘이 어지럽다며 울며불며 엄마에게 제촉하던 동생들의 울음소리가 온 산천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지금도 보리밥만 생각하면 눈에 선합니다.
“핵교 파하면 근께 싯칼이 올것이제 그랬냐!” 동생들은 눈물 글썽이며 고추 따고, 소죽 쑤고
집안일을 도우며 저녁 노을에 우리집 굴뚝연기가 만날 때만 기다리며 주둥이는
서발이나 움쿠려 하늘 노을까지 붉게 물들이는 한적한 산골, 토끼와 발맞춰 살아가는 깊고 깊은 산골짝 작은 흙담집이였지요.
이제는 그곳에 가면 쓰러진 빈터 자국만 남아 있지만 꽁보리밥에 물 말아 된장에 고추 찍어먹던
아스라한 풍경만 그림자로 남아
오늘까지 보리밥의 슬픔으로 가슴 한켠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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