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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의 세월을 버틴나무... ♬

뛰노라면 2010. 1. 18. 12:09


충남 부여군 내산면 주암리 녹간마을을 지키고 있는 우람한 은행나무. 백제성왕 16년(538년) 무렵에 심어진 것이라고 전해지니, 대략 1500살이 되어야 하지만 수령을 10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먼저 심은 나무가 죽고 다시 심은 것인지, 나이 추정이 잘못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나무에는 백제와 신라, 고려의 멸망을 비롯해 동학과 의병 봉기 등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징후를 보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1000년의 아득한 시간을 건너온 나무가 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려시대쯤.
이즈음 가을의 마지막을 알리며
샛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는 은행나무.
그 나무가 바로 10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나무.
누구는 주목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느티나무라고 하지만,
이 땅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무를 꼽자면 단연 은행나무.
하지만 우리 땅에는 은행나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룬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건 바로 은행나무가 우리 땅에서는
스스로 싹을 내지 못하기 때문.
은행나무가 가을이면 무수히 많은 열매를 달지만,
그 열매가 땅에 떨어져 스스로 싹을 틔우지 못한다.

고생대인 3억년 전쯤 생겨났다는 은행나무는
공룡이 이 땅의 주인이던 쥐라기에 가장 번성했다.
그러던 것이 빙하기 때 대부분 멸종됐고
중국 저장(浙江)성 일대의 좁은 지역에서만 겨우 살아남다.
지금도 자연상태의 은행나무 자생지는 세계에서 그곳이 유일하다.

일찌감치 수천년 전에 우리 땅에서 멸종됐던 은행나무는
중국에서 유학과 불교가 들어오면서 문묘와 향교, 사찰에
한두 그루씩 사람의 손으로 심어져 다시 번성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1000년을 건너온 늙은 거목 은행나무들은
모두 누군가의 손으로 심어진 것이다.

이 땅의 늙은 은행나무들은 저마다 하나쯤의 사연을 갖고 있다.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우우 울음소리를 낸다는 이야기며...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것까지….
또 다른 나무는 고승이 지팡이를 꽂아서 자란 것이라고 했다.
사연은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늙은 거목들의 압도적이고,
위풍당당함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그 압도의 정체는 엄청난 크기도 그렇지만,
그 나무가 자라온 1000년이란 시간의 깊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