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산책

♡♣♡ 당신만 있어준다면 - 양희은 ( 양희은의 12곡 노래설명) ♡♣♡

뛰노라면 2010. 1. 20. 17:47


양희은의 노래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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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못다한 노래
내가 부르는 노래들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마음을 담은 곡이다. 95년 음반에 실린 곡을 되살린 것.
이 곡은 개인적으로 아끼는 곡인데 95년에 내놓은 음반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 음반에서 이 노래에 대한 아쉬움을 풀어보고 싶다.

 

 


 


02. 인생의 선물
노후- 잘 늙어가기가 화두다. 왜 모든 건 지나고 난 뒤에야 잘 보이는 걸까?
노래가 무엇인지 알 때 노래할 기회는 점점 없어진다. 인생의 꽃이 다 지고 난 그 후에야
내 마음엔 꽃 하나 들어와 피었다.




03. 당신만 있어준다면
남편이 아팠던 그 때, 제일 간절했던 바램은, 다른 아무 것도 필요 없고
그저 남편이 옆에 있어 같이 늙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살면서 남편한테 서운하거나 부딪힐 때마다 그 때 그 생각을 반추한다.
항상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그려낸 노래.

 

 


 


04. 잘가라 내사랑
살아만 있다면 다 가능하다. 하지만, 그대가 죽음 저편으로 가버리면 어쩌나?

 

 


 


05.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시인의 시, 참 좋아하는 시다. 제목만 봐도 누구라도 공감대가 뭉클하게 형성될 것이다.
외로움에 겨운 산 그림자가 한 번씩 마을로 찾아오는…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풍경이
여전히 나를 울린다.

 

 


 


06. 걸어요
나이 들으니 건강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헬스보다는 동네 뒷산 걷기가 훨씬 더 좋고 내 몸에도 맞는다.
운동화만 한 켤레 있으면 언제라도 문 밖으로 나가 걸으면 된다. 두 다리로 걸을 수만 있다면
모두 나가 걸읍시다. 걷는 게 최고랍니다.

 

 


 


07. 임진강
나는 이북 출신이다. 그래서 이 곡의 제목만 봐도 가슴 아프다.
이 곡은 친한 친구들이 권해서 불렀다. 이 곡에 담겨 있는 아픔은
내 아픔이자 내 아버지의 아픔이고 그리움이다.
그래서 내 식으로 꼭 불러보고 싶었다.
아픔을 악을 쓰며 폭발시킨다기 보다는 세월이 너무 가버린 후
안으로 응어리진 그 아픔과 슬픔, 그리움을 삭혀 내식으로
표현했다. 일부러 함춘호의 기타 반주만 곁들여 노래를 불렀는데
다양한 악기의 어울림 보다는 기타 반주의 올곧은 선율이 오히려
곡을 힘 있게 만들어 준다.

 

 


 


08. 이제는 웃기로 해요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옛 사랑을 만나서 혼잣말로 되뇌는 얘기

 

 


 


09. 내 강아지
얼마 전에 16년, 17년 같이 살아온 강아지 미미, 보보를 차례로 보냈다. 정말 쓸쓸하다.
그 녀석들은 내게 자식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핏줄이 섞여야 가족일까? 결혼해서 외국에 나가살던 7년 동안
두 마리 강아지 덕에 말이라도 몇 마디씩 하고 살았다. 일도 없고, 애도 없으면 이민 생활은 저주라고 한다.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일상에서 반딧불을 잡으려고 폴짝 거리던
내 강아지들의 모습이, 지금도 나를 웃음 짓게 하고 또한 눈물짓게 한다. 이 곡은 피 한 방울 섞이진 않았지만
늘 함께 울고 웃고 어려움을 짊어지며, 모든 것들을 함께 나누고 있는 여러분의 또 하나의 가족을 위해 바치는 곡이다.

 

 


 


10. 별과 꽃
살면서 많은 부부들이 자기 맘속을 제대로 표현 못하고 또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그게 쌓여 골이 깊어진다.
사람 사이에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파랑새를 찾으려고 먼 곳에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11. 내 어린 날의 학교
영화 <선생 김봉두>의 주제곡. 언젠가 공연할 때 이 노래 부르는데
앞의 아주머니 두 분이 꺼이꺼이 우셨다. 무에 그리 슬플까?
공연 끝나고 여쭤보니 이곡이 소위 왕따 학생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의 교가란다.
상처를 못 벗어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 노래를 교가로 정해서 부른단다.
애들 생각이 나서 그렇게 슬펐다고 한다. 내 마음도 슬프다.

 

 



12.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사랑에 사로잡힌 절절한 사람의 심정을 나태주 시인의 시를 빌려 표현해 봤다.
누구나 앞뒤 가리지 않고 볼 수만 있어도 좋은 이런 작은 사랑이 있다.




며칠 전,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동생이랑 걷다가 “샴푸가 이상한가? 왜 머리 밑이 이렇게 가렵냐?” 했더니,
희경이는 대뜸 “흰 머리가 나려고 그래. 나도 재작년부터 그랬어”라고 대답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올 들어 내내 머리가 근질거렸다. 노랫말을 쓰고 노래를 고르기 시작했던 1월부터 앨범 작업이 정리된 10월까지. 아직 늦가을의 정취도, 겨울도 맛 뵈기로 남았는데, 내게 2006년은 다 지나간 것 같다. 흰 머리도 늘었다. 예전 할머니들께서 “아유, 이젠 일이 무섭다”고 하신 말뜻을 알 것도 같다.
마음 같지 않게 몸이 배신을 때렸다.

쉰다섯 늦가을, 가수 생활 35주년을 맞아, 새 노래를 내놓는다. 김점선 선생의 그림으로 겉지, 속지가 살아났다. 새노래를 선생께 들려드렸더니, 선생은 벼락 치는 목소리로 대뜸 “양희은은 노래하는 나다”라고 말씀 하셨다.
내게 김점선 선생은 ‘그림 그리는 양희은’이었다.


이제 노래들은 내 품을 떠나 여러분들 가슴으로 옮겨진다.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가 진정 좋은 노래라는 믿음, 이제껏 한결같다. 당신들 가슴으로 불씨를 살려, 다시 내 품으로 돌려주기 바란다. 나는 그럼, 되살아난 노래들을 부르며 나이 들어가겠다.

늙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젊은 누구도 모사 못할 경험이 있으니까!
세월은 아무도 따라 마실 수 없으니까…. 단, 세월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아름다움은 슬픔, 아름다움은 아픔’ 어느 시구절처럼, 이 노래들은 아프고 슬프다. 허나 세월이 가고 뒤돌아보면 아름다워 지리라. 가사를 혼자쓰기도 하고 작사, 작곡한 이의 밑 그림위에, 다시 손 본 것들도 있다. 그 작업이 더 오래 걸렸다. 노래 만드는 이들이 거의 30대 후반, 마흔을 바라보는 남자들이라서 여자의 언어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가사 중에는 정호승 시인과 나태주 시인의 귀한 시도 있다.
노래에 토를 달고 싶진 않다. 노래는 노래로 풀리니까….



마흔 아홉 넘어가는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 쉰 넘기고 나니까 ‘쉬지근하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뼛속 깊이 다가온다. 힘들긴 해도 쉬지근하다. 앞으로 70년대 초 늘 몰려다니며 함께 하던 7080 통기타 식구들의 노래도 기대하고 싶다. 어린 사람들 노래가 10월 말, 무섭게 쏟아져 나와 소위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나는 좀 외롭다. ‘별들의 전쟁’에도 못 끼고 별똥별이 되고 싶지도 않고…. 좀 쓸쓸하다!
그래도 나는 쉼 없이 노래 부른다.


2006년 10월, 양희은
양희은이 직접 쓴 <양희은 35>에 대한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