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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아궁이...

뛰노라면 2011. 11. 22. 14:05

 


고향집 아궁이





  
    늙은 아버지는 두자 남짓한 싸리가지를 부지깽이 삼아 생기 없는 삭정이로 군불을 지피신다. 삭정이를 태운 아버지의 불은 아궁이 밖으로 박차고 나올 기력이 없다. 이제 아버지가 지피는 불은 오래된 추억처럼 가물거린다. 아버지의 마디 짧은 기침에도 휘청거린다. 아버지의 불이 바람에 흔들릴 때 바람을 막아선다. 가슴을 졸인다. 아버지의 불이 오래 타기를 기원한다. 아궁이 앞에 떨어진 땔감 부스러기를 치우고 불을 돌본다. 아버지의 등 뒤에 서서 고향의 저녁 하늘을 바라본다.
    가을 추수 후, 나오는 누런 볏짚을 아궁이에 밀어 넣을 때,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불꽃을 바라보며 이쁜 꽃이라도 본 양 즐겁고 신났다 할머니께서 큰 행주로 솥뚜껑을 닦아 내면 솥뚜껑 위로 김이 모락 모락 오르고 뚜껑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도 볼거리였다. 기온이 쌀쌀해져서인지 몸과 마음이 따뜻한 것만 찾게 된다 이런 날은 가마솥과 아궁이가 있는 한적한 곳에서 시골밥이 먹고 싶다..
    고향집 아궁이엔 아직도 장작불은 타고있습니다. 개구장이 뚱뚱불은 얼은 손 녹여 줄려고 울 엄니 장작 한개 더 넣었습니다. 개구장이 자식들 고구마 구워 먹으라고 장작하나 더 넣었습니다. 추위에 놀고있는 개구장이들 따뜻한 아랫묵에 발 담그라고 울 엄니 장작하나 더 넣었습니다. 횡하니 장작 더미 사라질 테면 울 아부지 지게지고 산에 가십니다. 지금도 장작은 내마음속에서 활활 타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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