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영상시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뛰노라면 2010. 5. 6. 14:12


사랑도 나무처럼/이해인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둣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 속에 발을 묻고 
홀로 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忍苦)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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