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향수 - 박인수, 이동원

뛰노라면 2010. 2. 19. 12:58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 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거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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